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알리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깨알같이 전해드립니다.
최고참 불펜 듀오와 국가대표 투수, 그리고 신인 막내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 더 강해진 삼성 마운드가 2023시즌을 향한 포효를 시작했다.
지난해 토종 삼성 투수 중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선수는 원태인이었다.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더욱 고무적인 건 완벽한 투수로 가는 길을 닦았다. 구속을 최고 시속 152km까지 끌어올렸고, 주무기 체인지업을 보완할 슬라이더도 가다듬었다.
이번 겨울과 봄은 원태인에게 특별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호주전과 체코전에서 연이어 불펜으로 등판한 원태인은 마지막 중국전까지 선발등판했다. 한국이 8강 진출에 실패하고, 익숙지 않은 불펜 등판에 지친 기색이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최선을 다했다.
WBC가 열린 도쿄돔에서 만난 원태인은 "미국 훈련까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었다. 한국에 왔을 때부터 몸 상태가 좋아졌다.정현욱 코치님도 함께 가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야구인 2세인 원태인은 아버지 원민구 원베이스볼클럽 감독이 보는 앞에서 던지고 싶어했다.
원민구 감독은 "아쉽게도 대회 일정 때문에 WBC 경기장을 방문하지 못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글러브에 새기고 던지는 아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웃었다. 원태인은 "경험을 살려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삼성 불펜은 두 형님들이 이끌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팀내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1위가 오승환, 2위가 우규민이었다. 마흔을 넘긴 오승환과 프로 21년차 우규민은 올해도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만난 오승환은 "겨울에 충분히 쉬었더니 체중이 늘어났다. 1월(10일)에 일찍 넘어와서 운동했더니 살이 많이 빠졌다"고 웃었다. 오승환은 "예년과 똑같이 준비했다. 나이 얘기를 많이 들어 변화를 줄까 생각했지만, 그거야말로 나이를 인정하는 것 같았다. 후배들과 똑같이 운동하고 있는 만큼 몸 상태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우규민 역시 마찬가지다. 팀 훈련이 시작되기 보름 전에 온나손으로 넘어온 우규민은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대구에서 훈련을 하다보니, 환경도 날씨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해외 훈련이라 (오른손)이승현, 홍정우, 문용익 등 후배들과 신나게 던졌다"고 했다. 그는 일찍 넘어와 훈련하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인 빗셀 고베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사진을 찍은 이야기도 들려줬다.
오승환은 KBO리그 세이브 통산 1위(370세이브)다. 한미일 통산 세이브 기록은 492개다. KBO 400세이브와 통산 500세이브 기록이 눈 앞에 있다. 1982년생인 그는 SSG의 김강민, 추신수와 함께 최고령지만 경쟁력을 유지해 오랫동안 뛰고 싶어한다. 오승환은 "내 기록을 보면 후배들도 목표가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세이브를 쌓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우규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진만 감독은 기본으로 돌아가 많은 훈련을 하는 기조를 세웠다. 우규민은 "프로 21년 생활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훈련을 했다. 처음엔 다리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였다. 7년은 더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고 웃으며 "승환이 형도, 나도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주셨다. 몇 년 전보다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2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한 우규민은 "예전엔 경기에 많이 나가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한 경기, 한 경기 기분이 다르다. '부상을 당하거나 하면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우규민은 "야구하면서 13연패는 처음이었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란 생각이지만 길어지다보니 어려웠다. 내 성적이 좋아도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후반기 반등을 통해 자신감도 확인했다. 우규민은 "투수들은 초반에 앉아서 경기에 집중하는데, 확실히 달라진 게 보였다.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오승환은 "어린 선수들이 이기는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하면서 베테랑도 자연스럽게 자극받을 것"이라고 했다.
전지훈련에서 코칭스태프들의 기대를 모은 주인공은 신인 이호성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우완 이호성은 시속 140㎞대 후반까지 구속을 끌어올렸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씩씩하고, 안정적으로 공을 뿌렸다.
"처음이지만 재밌고, 힘든 게 없다"고 말한 이호성은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상관없다. 지난해 동계훈련 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확실히 공이 더 잘 가고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급한 마음이 들 수 있지만, 이호성은 신인답지 않게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갈 생각이다. 이호성은 "마운드에 빨리 서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준비가 됐을 때 심적으로도 완벽한 상태에서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정현욱 코치가 없는 동안 함께 한 다바타 가즈야 2군 투수코치도 다양한 훈련으로 이호성의 잠재력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이호성은 "신인이니까 캠프 치르면서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힘을 빼고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지 말고, 힘을 붙이자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스카우트가 이호성을 점찍은 건 나이답지 않은 운영 능력과 침착함 때문이다. 선배 오승환처럼 마운드 위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이호성 스스로도 "경기 운영 능력이나 제구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나이 차가 있는 선배들에겐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도 조금씩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이호성은 "아직 오승환, 우규민 선배와 말을 많이 못했지만, 야구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원태인 선배처럼 국가대표도 되고 싶다. 공이 좋으니 너무 힘을 많이 쓰지 말고 '80~90% 정도로 하라'는 조언도 해줬다"고 말했다.